따뜻한 방바닥에 나무늘보처럼 늘러붙어 있기.
몸이 느물느물 풀어지는 감각 말고 일체 아무것도 느끼지 말기.
불에 데인 상처며, 손 안 닿는 등짝 어딘가의 가려움이며 모두 무시하기.
며칠간의 여정을 꺼집어내 조근조근 정리하기.
친구들과의 반가운 만남. 그 안의 달큰한 와인과 웃음과 삶의 이야기, 이야기들.
세배간 삼촌의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과 노년의 우울과 지나온 삶의 회한과
이야기, 이야기들.
누구는 시집을 가고, 누구는 직장 때문에 명절에 집에를 못 오고,
누구는 이제 막 학교 선생님이 되고, 누구는 군대를 가고, 한 해 만큼 덧쌓여진 이야기, 이야기들.
기억의 방 여기저기를 헤집어 꺼집어내 펼쳐놓은 추억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는 이야기, 이야기들.
이제 정리의 시간.
널려진 무더기들 중 쓸 만한 몇 가지 갈무리해 한쪽으로 쟁여두고
휙휙 쓸어 담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자물쇠를 채운다.
비어진 공간에 다시 채울 것을 찾아 수첩을 펼치니
생경스런 이물감이 도드라진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좀 더 가라앉기로 한다. 더 낮은 곳으로, 곳으로.
감각 만으로 푸른 바다를 떠돌던 한마리 물고기로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인가,
불쑥 날개 달고 창공을 날아오른다.
이제, 새로운 날을 시작할 수 있을 게다.
연휴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
💬 댓글 3개
시간속에 사는게 아니라 기억속에 산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사이에 향기 몇 조각 건져 아련한 옛 시절 들추 듯이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하고 돌아서는 자리에 좋은 기억 몇 개 싸가지고
돌아오면 남은 인생 참 좋다 합니다.
저는 9개월짜리 조카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미소어린 얼굴 가져 왔습니다.
소리로 "아~~아~~!!!" 거리는 얼굴이 아른 거리는게 기분이 제법 좋습니다.
활짝 웃고 즐기는 시간 몇 조각이 남은 인생에 녹아 참 살기 좋은 인생이다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풍성한 감성으로 기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짧은 명절 연휴에 가족들을 만나 한해를 맞이하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동그랗게 모여
함께 나누는 그것이 바로 명절의 참 맛인게지요?
자훈님의 명절 분위기가 따뜻한 아랫목같이 전해집니다.
느끼기, 기억, 이야기, 시간 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나 일상적으로 쉽게 말하는 이 단어들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옵니다.
이 단어의 개념이 자연에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라는 물질과의 관계로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모두 신경세포가 일정시간 지속한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자연과학 공부의 어려움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과
신경세포와의 관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현상과의 구별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이 둘을 구분하는 재미로 살고있습니다.